한국의 클럽 씬.
그 중에서도 이태원을 중심으로 최근 이삼년간
엄청나게 급변하고 있는 댄스 언더그라운드 씬은
가히 전 세계의 흐름과 비교해도 전례가 없을 정도이다.
힙스터 따위의 단어도 지금의 이태원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식상한 단어.
그 가운데 작년 Seoul Community Radio(이하 SCR)가
이태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국내 DJ들과 함께 호흡하며
라디오 쇼의 형태로 런칭했다.
처음에는 과연 국내 DJ 인원수나 컨텐츠가
매일 저녁 계속되는 라디오 쇼에 채워질 만큼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개인적으로 들었지만
이태원의 Cakeshop에서 플레이하는 해외 유명 프로듀서/DJ 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하고 로컬 씬의 흐름에 발맞춰
커지는 국내의 장르 음악을 기반한 크루, 레이블등의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다루면서 컨텐츠 면에서도
영국의 Rinse FM 부럽지 않은 라디오쇼가 되어가는 중이다.
Boiler room의 디렉터 Thris Tian 과의 협업,
DJ Haus 와 진행했던 을지로 지하상가 바이닐 샘플 이벤트 등은
매우 건강해 보이고 흥미로웠던 이벤트였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그런 SCR 크루의 인스타에
라디오 쇼 녹음할 때 쓰이는 조명박스가 분실되었다는 글이 2주전 쯤 올라왔다.
마이너레이저 런칭으로 한창 셋팅 중이던 시기였는데
마침 레이저 컷팅으로 샵 Led 간판을 자체 제작하던 중이었다.
SCR의 대장 Richard와 멤버 슬기와 함께 이야기 끝에 다시 제작을 결정.
필요한 재료들은 근처의 구로기계공구상가에 가서 구매한 뒤,
디자인 및 사이즈를 일러스트레이터로 확인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글자가 음각의 형태로 들어간 led 간판이기 때문에
검은 배경 부분은 그냥 검은 시트지로 해도 되지만
불이 켜지지 않았을 때의 존재감과
상자의 견고함을 위해
아크릴을 컷팅 후 덧대었다.
빛이 상자 5면에 고루 퍼지게 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따로 작은 상자를 만들어
led 스트립을 고르게 둘러가며 이어주면 됨.
일반 220v 에서 led 조명용 14v DC 로 전압을 다운시켜주는 장치도 필요.
전원선을 이쁜 형광 주황색이나 테니스공 색깔로 고르고 싶어
공구상가를 뒤졌건만 그걸 사려면
애초에 구로기계상가를 갔으면 안됬다ㅠ
(이쁜 전기선 구할수 있는 곳 아시는 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스 접합은 전용 아크릴 접착제.
박스의 견고함을 위해 단순 모서리 접합이 아닌
모서리 맞닿는 부분에 직각삼각형 모양의 아크릴 지지대를 내부에 두름.
던져도 안 떨어진다.
이것 때문에 삽질을 좀 했다.
다 만들고 나서 QC(품질검수)에 노이로제가 있는 나는
24시간 내구테스트를 진행했고
몇시간이 지나니 갑자기 led 등이 1초에 두번정도 깜빡였다…!?
전기 재료 파시는 분들께 전화해봐도
전기 용량이나 뭐 그런쪽은 가지고간 재료들의 용량이 충분해서
자기들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뿐…
네이버 검색에도 나올리 없고..
무슨 오버워치 할 때 led 모니터 주사율과 깜빡임 관련된 글만 무더기로 나온다.
유튜브에 ‘led strip blinking 14v’ 라고
의심되는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본 결과
heated…
과열 증상이라고 한다.
과열이라면 전원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이야긴데,
전기재료 파는 아저씨가 이거면 충분하다고 준
안정기가 결국 용량부족이었다.
내부 박스에 치렁치렁 둘러둔 led 스트립을
적당히 잘라서 전체 소모 전력을 낮춰야 했다.
문제는 아크릴박스 접합을 너무 빡쎄게 해둬서
분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여분 아크릴 없이 딱 맞게 재료를 주문한 터라
무리하게 분해하다가 아크릴에 손상이 생기면
또 재료 사러 다녀와야함 ㅠ
결국 일본 장인의 마음가짐으로
몇시간에 걸쳐 바닥면 분해에 성공하여
led 선 길이를 최적화하고 충분한 과열 테스트 후
박스 closed.
혹시 모를 24시간 연속 디제잉 셋에도
한결같이 빛을 밝혀줄 수 있는
SCR 조명 박스가 완성되었다.
Special thanks to SCR for hosting awesome music radio show in Seoul.